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울은 성차별주의자인가 성평등주의자인가? - <바울과 젠더> 리뷰

도서 리뷰/신약 리뷰

by 굴러가는오렌지 2022. 2. 22. 18:37

본문

 

1. 들어가는 말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이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코 젠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젠더 문제는 종교의 영역을 넘어 사회와 정치의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몇몇 정치인들은 정부의 특정 기관을 해체하겠다는 발언을 하여 사회적으로 큰 논란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이 젠더 문제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우리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예민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 젠더 문제는 사회/정치의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종교의 영역에서도 논란이 된다는 것이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기독교의 바울이다. 왜냐하면 이 바울은 현대인들의 기분을 굉장히 상하게 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고린도전서 11장 5-6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5. 무릇 여자로서 머리에 쓴 것을 벗고 기도나 예언을 하는 자는 그 머리를 욕되게 하는 것이니 이는 머리를 민 것과 다름이 없음이라 6. 만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든 깎을 것이요 만일 깎거나 미는 것이 여자에게 부끄러움이 되거든 가릴지니라
(고린도전서 11장 5-6절)

 

이 구절을 읽어보면, 바울은 교회로 나오는 모든 여자들이 머리 가리개를 쓸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여성에게 머리 가리개를 쓰라고 말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여성을 억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인 사회에서 여자에게 히잡을 쓰는 것처럼 머리를 가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적인 것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의 이러한 발언은 남녀평등을 주장해야 하는 오늘날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그렇다면 바울은 정말로 성차별주의자였나? 고전 11:5-6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여성에게 머리를 가릴 것을 요구한 것일까?

 

 

2. 바울 시대의 사람들은 머리 가리개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시아 롱 웨스트폴은 바울이 살았던 시대와 바울의 편지를 세심하게 연구하였다. 연구의 결과로 나온 책이 <바울과 젠더>이다. 우선, 그녀가 주목한 것은 바울 시대의 사람들은 머리 가리개를 어떻게 바라봤는지이다. 21세기의 현대인들과 1세기의 고대인들 사이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1세기의 여성들은 머리를 가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웨스트폴은 1세기의 머리 가리개를 쓰지 않는 여성들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머리를 가리지 않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머리를 가렸던 여성들보다 월등히 낮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 노예나 매춘부들은 머리를 가리고 다니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왜냐하면 여성의 머리카락은 남성들을 유혹하는 힘이 있다고 믿은 것이다. 여성의 머리카락을 본 남성들은 그 여성에게 유혹되어 성적인 흥분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드러낸 여성은 남성들에게 성적인 탐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신분이 낮은 여성이 머리카락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낮은 신분과 언제든지 남성들의 성적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들과는 다르게 1세기 고대 사회에서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것은 자유나 평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계층의 신분과 언제든지 성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신분이 높고 고결한 여인은 항상 머리 가리개를 쓰고 다녔다는 것이다. 머리를 가리고 다니는 것은 여성으로써 존귀한 신분을 가졌다는 표시를 나타내는 것이며 자신의 순결함을 나타내는 증표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남성들은 머리 가리개를 쓰고 다니는 여성들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었고, 고결함을 유지하는 여성들의 명예를 높이거나 찬사를 주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신분이 낮은 여성들은 오히려 머리 가리개를 쓰고 싶어했다는 것이 웨스트폴의 주장이다. 이것은 현대인들의 기대와는 아주 다른 결론이었다. 

 

 

3. 고린도교회의 여성들

웨스트폴에 따르면, 고린도교회의 여성들도 머리 가리개를 벗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고린도교회 여성들은 자신이 존귀한 여성으로, 명예로운 여성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기 때문에 머리 가리개를 쓰기 원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린도교회의 여성들은 대부분이 가난하고 계층이 낮은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고전 1:26). 이에 대해 웨스트폴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기독교나 유대교로 개종한 1세대 이방인 여성과 같은 사람들은 여성에 대한 문화의 기준에 따라 경건해지길 원했고 머리 가리개를 착용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런 여성은 품위 있는 여성의 높은 지위에 대한 로마 법의 묘사와 보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다. <바울과 젠더, 86p>

 

하지만 고린도의 상당히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머리 가리개를 쓰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많은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것이 남성들에게 성적으로 유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스트폴에 따르면,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16절에서 "논쟁하려는 생각을 가진 자"를 언급한 것은 여전히 여자들이 머리 가리개를 쓰기를 원하는 남성들을 향한 바울의 일침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울은 여자들이 교회에 와서 머리 가리개를 쓸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린도의 상당히 많은 남성들과 바울은 논쟁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고린도교회의 여성들은 21세기 현대의 여성들과는 다르게 '자발적'으로 머리 가리개를 쓰고 싶어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4. 성평등주의자 바울

바울은 여성들에게 머리 가리개를 쓰라고 말하였다. 웨스트폴에 따르면, 이것은 1세기 여성들에게는 기쁨과 환희의 선포였다. 바울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성을 존귀한 자로, 명예로운 존재로 여겼던 것이다. 바울의 사상은 남자나 여자나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변화된 존재이며 모두 함께 의롭게 된 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지 않았으며, 여자도 남자보다 우월하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평등한 존재로 새롭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바울의 메세지가 고린도교회에 전달되었을 때 많은 여성들은 바울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가졌을 것이다. 바울은 진정으로 성평등을 추구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고린도전서 11장 5-6절을 읽고 당혹스러워 한다. 바울은 여성을 억압하는 인물 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경의 배경을 이해한다면 그러한 오해가 풀리게 된다. 1세기 로마 사회의 많은 남성들은 성적 유희를 위해 여성들이 머리 가리개를 벗기를 원했지만, 바울은 앞장서서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라고 말하였다. 이렇듯 바울은 누구보다 여성을 존귀하게 대접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자신이 세운 교회가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평등한 위치로 서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5. 결론

기독교는 성평등을 지향하는 종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울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바울은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을 지지하지 않았다. 바울은 남성 우월적인 모든 문화를 거부하였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들을 무너뜨리려고 하였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안에서는 완전한 평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시아 롱 웨스트폴은 그동안 오해되어 왔던 고린도전서 11장 5-6절을 적절하게 잘 해석하였다. 그녀의 연구를 통해,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태도를 다시 고찰하고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더불어, 현대의 모든 교회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여성들은 교회에서 잡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남성들과 더불어 한 자리에 동참할 수 있는 자격 있는 존재들이다. 기독교인들은 누구보다 성평등을 위해 앞장서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울이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를 위해 해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