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한복음 형성 배경 이해-The Oxford Handbook of Johannine Studies 중심으로

 

 

 

이 책은 요한복음과 요한 서신의 대가들이 각 챕터별로 하나씩 맡아서 작성한 핸드북이며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출판하였다. 아직 번역된 책이 없을 정도로 최근의 논의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요한복음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한 번씩 읽어보길 권장한다. 특별히 블로그에서는 모든 내용을 다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5장(63p)을 중심으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이 책은 요한복음의 형성 배경에 대해서 전통적인 견해와는 달리, 한 명 이상의 저자가 요한복음에 깊이 개입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요한복음 내에 있는 아포리아(Aporia)의 등장 때문에 그렇다. 아포리아를 매우 짧게 설명하자면, 요한복음 내부에 서로 증명될 수 없는 불일치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 내부에 있는 다중결론(Multiple conclusions), 5장과 6장과의 순서 문제, 표적의 넘버링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불일치가 한 명 이상의 저자가 요한복음에 관여했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다수의 저자가 왜 요한복음에 관여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이유는 요한공동체가 처해 있던 상황 때문이다. 책은 이것을 트라우마라고 말한다. 요한공동체가 겪었던 극도의 트라우마(위기)는 '요한복음 초판'에 추가적인 기술과 수정을 요구하게 되었다. 

 

요한공동체가 경험했던 3가지의 트라우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회당으로부터의 추방(Expulsion from the synagogue)

둘째, 공동체원의 순교(Martyrdom or prospect thereof)

셋째, 요한 공동체 내부의 분열(A schism within the johannine community)

 

위와  같은 트라우마는 요한공동체의 상황을 급변하게 만들었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최초의 복음서에 중요한 수정 및 첨가 작업을 필요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 명 이상의 저자가 요한복음에 관여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최초의 복음서란, 요한공동체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표적 복음서(a foundational signs Gospel)를 말한다. 이것은 요한공동체가 여전히 지역 회당에 속해 있을 때 작성 되었다. 표적 복음서는 메시아적 표적을 보여주는 기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수를 메시아로 믿도록 확신시키기 위해 기록된 것이다. 요한공동체가 겪었던 3개의 트라우마는 바로 이 초기 복음서를 다음과 같은 순서로 변형시켰다.

 

1. 기본적인 표적 복음서

2. (위기) 회당으로부터 추방

3. 회당으로부터 추방 이후에, 기본적인 복음서에 대한 대규모 수정 작업 진행

4. (위기) 순교 상황 발생

5. 공동체 내부에서 순교 발생 이후, 복음서에 대한 추가적인 수정 작업 진행 

6. (위기) 요한공동체 내부에서 분열 발생

7. 요한복음에 대한 최종수정 및 요한서신 작성

 

요한복음은 요한공동체가 여전히 회당의 일원이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표적 복음서를 위기의 상황마다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현재의 요한복음이 되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요한복음 속에는 요한공동체가 겪었던 세 번의 위기 상황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신학적인 서술이 모두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명의 저자가 일관적으로 복음서를 작성했던 것이 아니라, 다수의 저자가 경험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공동체의 상황에 맞도록 신학적인 진술을 확장하고 수정하여 공동체의 믿음을 강화하거나 유지시켰다는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최종적인 '요한복음'을 보고 있는 것이다.

 

<The Oxford Handbook of Johannine Studies>는 굉장히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 블로그에서는 아주 간소하게 다루어 보었다. 책에서는 각 주장에 해당하는 근거를 제시하지만 여기에서는 근거보다는 주장 위주로 기술되었다. 더 심도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